신변잡기

독일에서 심리상담 받기

졸리강 2023. 3. 2.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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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고 있는 심리치료의 종류는 심층 심리학에 기초한 심리치료이다.
(Tiefenpsychologisch fundierte Psychotherapie)

 

초반에 치료사 선생님은 전화에서 들었던 음성과 용건만큼 사무적인 태도였다.
짧은 머리, 큰 키, 치료실에는 칠하지 않은 나무색의 작은 피아노가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오늘의 기분과 짧게 구술했던 내가 왜 심리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재차 물었다.

어떤 날은 학교에서 있었던 차별에 관해 얘기를 했고, 선생님은 자신의 젊은 날을 예로 들었다 „나도 페미니즘 한창 생각할 때는 온 세상이 여성문제로만 보였다“ 라 했고. 나는 또다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 선생이 나를 이해하는지, 지금은 더 이상 여성 문제를 생각하지 않아서 선생님은 편안한 마음이신 건지. 물어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가진 인종차별에 관한 생각도 언젠가 허허, 그땐 나도 그랬지 하며 누구한테 예로 들어볼 날이 올까. 사실 그렇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곧 조금은 더 편안해질 수 있겠다는 조금의 확신이 들었다. 당연히 내가 지금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하거나 분개하는 시간은 독일에 온 지 1, 2년 차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상실에 대한 부분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엄마를 갑작스럽게 잃은 후 나는 대학 졸업이 급했고, 그렇게 후다닥 졸업하고 나니 엄마가 가라고 응원하던 그 대학 졸업 이후의 나에겐 남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졸업까지 120킬로가 안정적인 운행을 할 수 있는 차를 억지로 230킬로로 몰아가며 도착한 기분이었다. 망망대해에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었다. 이 기분을 돌보지 않으려고 여러 허튼짓을 하며 20대를 보냈다. 짧은 순간 낭비라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당시에 나는 버틸 수 없었을 것 같다.

하여튼 이런  상실 후의 몇 년을 보낸 후에 인제야 내가 이 감정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뭐 대충 나는 이런 이야기를 선생님께 했다. 그 후 여러 세션을 아마도 나의 지금의 상황과 사고패턴을 관찰하려고 과거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서너 번의 세션 이후 나는 선생님께 이제 일상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고 지난 감정 정리를 도와달라고 다시 한번 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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