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아프지 말자
제목이 말이냐, 아픈걸 제 멋대로 할 수 있다면.
거의 3주가 된 무릎이상을 안고 MRI를 찍었음에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해 보지도 못했다.
독일의 의료체계는 이렇다.
주치의 Hausarzt 가 있고, 거기서 문제가 생기면 정형외과를 비롯한 여러 세분되어 있는 병원으로 나를 보내준다.
아무런 외상 없이 사고 없이 갑자기 무릎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이렇게 걱정이 많은 성격에 무릎이 점점 뻣뻣해져 가니 이게 보통일이냐 싶어서 왕진의사를 불렀다.
주말이었고, 걸을 수 없었으며, 집에 사람이 없는 날.
116117이라는 핫라인이 있다. 자살사고를 비롯해서 당장 응급차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의사를 봐야 할 것 같은 상황.
전화의 전화를 거쳐 그렇게 아프다면 의사를 보내주겠다 했다. 1시간 남짓 기다렸고, 의사는 응급조치 헬퍼분 (노랗고 빨간 옷을 입고 계셨는데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군...)과 함께 집에 왔다.
보험 카드를 보여줬고, 앉아서 무릎을 보여달래서 보여줬더니 슥 보고는
"지금 가도 MRI 안 찍어줄걸요? 한 4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 근데 나 병원 확인서 (Krankmeldung) 은 써줄 수 없어요." 란다.
나는 "저 그런거 필요 없고, 내일도 집에 있을 건데 화장실도 못 갈 만큼 무릎이 아파서 부른 거예요."라고 대답했다.
한국이었으면 달랐을까. 아무래도 다리를 땅에 딛지 못할 만큼 통증이 있었던 그날 병원을 갔을 것이다.
내가 병가 내고싶어서 괜히 당신을 부른 듯 부리나케 진단서(Einweisung: 조금 더 큰 병원으로 갈 수 있는 확인서 같은)를 주고서 가버렸다.
집엔 아무도 없고 누워도 서도 앉아도 아픈 내 다리... 서러웠다.
그리고 바로 Doc lieb 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정형외과를 예약했다.
첫 번째 도착한 병원에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의사는 한 두어 번 무릎을 접어보고 무릎 주변을 눌러보고 음 그래요 MRI (여기서는 MRT) 찍어보고 얘기합시다 하며 그냥 훅 나가버렸다. 집이랑 가까워서 온 병원이었는데, 역시나 저번에 봤던 의사가 낫겠다 싶어 다시 MRI와 정형외과를 두번째로 예약하고, 또 가봤지만 이번에는 기분 나쁜 쓰다듬음만 있을 뿐 MRI는 선진독일의 빠른 일처리 덕분에 의사와 얘기할 수 없었다.
아픈 동안 진짜 한국 가서 살아야 하나 싶었다. 아니 나는 점점 나이 들고 관절 연골 장기도 함께 늙어갈 텐데 이렇게 의사 보기 힘들어서야... 후...
결론은 아직 내 무릎은 정상이 아니고, 다들 다른 의사 한번 더 보라는 얘기를 한다... 그래 다른 의사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