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지금 참석하고 있는 세미나의 강사가 자꾸 채식 이야기를 예시로 들어서 뜨개를 하다 말고 써 보는 글이다. 채식 이야기를 하다 자기는 우유를 매우 좋아한다는 예시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건 어떤 의도일까? 채식주의에 대한 다양한 예를 들지만 사실 자신은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짧게 생각했다.
고기를, 다시 말해서 동물을 먹지 않는다는 것은 스무 살 때 한창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이 유행했을 때 접했다. 내가 그 책을 읽고 가장 충격을 받았던 점은 닭이 매우 오래 산다는 것이었다. 소와 돼지처럼 큰 동물이 아니라 닭이.... 닭이라는 것은 한국인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는 식재료 중 하나다. 전국의 치킨집이 전 세계의 맥도널드보다 많다나 뭐라나. 지금까지 맥도널드가 이기고 있는지 치킨집이 이기고 있는지 승패는 모르지만.
닭이 짧게 살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어디서 왔느냐.
색색으로 물든 병아리를 초등학교 앞에서 봐서, 너무 연약해 집에 온 지 며칠도 안 돼 거의 모두 죽었다 혹은 할머니가 병든 병아리들을 판다는 얘기까지. 그냥 단지 연약하니 오래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연약한게 아니라 병아리의 생활환경을 모르는 아이들이 데려갔고, 그 조그만 것을 계속 만지기도 하니 스트레스 받았겠지…? 손도 더러웠겠고…
닭은 10년 최대 30년 까지 산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닭들은 거의 30일 이내로 도살당한다. 내가 이 생명이 살 수 있는 시간, 세월을 소비한다는 것은 그냥 "고기가 맛있어서 먹는다"라는 생각에 멈출 수 없게 했다. 그래도 익숙한 것을 찾는 나라는 인간의 입맛은 종종 다시 육식을 찾았고 지금도 페스코테리안까지 가끔은 범주를 넘나들고 있다. 변명이라면 내가 콩 알레르기가 약하게 있고, 거의 모든 과일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단출하다 이겠고. 이 역시 줄여나가고 싶지만 쉬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고맙게 내가 사는 곳에는 베지터리안, 비건을 위한 제품이 꽤 많고, 표시도 잘 되어 있다. 한국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저번에 한국에 갔을 때 고기 없는 된장찌개를 주문했는데 결국 조개를 발견한 사람으로서 잘 믿어지진 않는다.
이제 나에겐 고기가 식재료가 아닌 생명. 육식은 “살아있는 동물을 나의 입맛 때문에 죽인다” 라는 인식이 확실해 졌지만, 육식을 하는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는 것도 이해한다.
오늘도 오늘부턴 다시 완전한 채식을 해보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