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여기 살면서 있는 드문 장점, 영화 오펜하이머가 독일에서 먼저 개봉 했다.
피키블라인더스의 토미쉘비 (킬리언 머피역)가 오펜하이머로 등장한다. * 안다, 하지만 나는 오펜하이머에서도 자꾸 토미쉘비가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 독일어로 더빙되어 있었기에 그 특유의 억양을 들을 수 없어서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와 시리즈 모두 1900 년대로 시대배경이 비슷한지라 시각적으로도 너무 비슷하긴 했다.
단지 그는 베레모 대신에 페도라를 썼고, 면도날 대신에 비상한 뇌를 숨기고 있었... 그만... **
킬리언 머피는 이 역을 위해 체중감량을 한 것같이 보인다. 오펜하이머가 6피트 *182 정도에 115 파운드 *52키로 굉장히 야윈체격을 가졌다. 놀란감독과 배우진이 함께한 인터뷰를 보면 체중은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놀란감독의 영화, 180분의 러닝타임은 공부가 필요하단생각을 했고, 이동진 평론가의 오펜하이머 강의(ㅎㅎ)를 보고 갔다.
독일의 영화관은 한국과 비교해 약간.. 네...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 넓고, 신식의 움직이는 의자가 있어 최고 좋지만 이미 매진.
그래서 약간은 멀지만, 시내에 있는 영화관을 예매했고 도착하니 온 영화관을 바비가 꾸미고 있었다..... 사람도 너무 많았고.. 영화관도 구식... 여튼..
-------- 스포일 수 있음,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역사에 바탕한 이야기라..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물리학자로, 유대계 독일인 아버지가 있다. 어린시절의 친구들이 괴짜로 평가하는것으로 보아서 사회관계를 맺는 점에서는 아마 그렇게 천재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독일 괴팅엔에서 9개월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
그는 여러 뛰어난 인재들을 모아 핵 폭탄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인 맨하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흑백과 컬러, 놀란이 사용하는 시간 왔다 갔다 보여주기 방법으로 전개가 이어진다.
오펜하이머는 물리학 뿐 아니라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동생은 공산주의자 였으며 그를 보호하고자 한 행동과 젊은 시절 한 동안 스페인 내전을 후원하는등의 과거가 전쟁 후 매카시즘 (공산주의 색출 열풍)을 타고 그를 못 마땅히 여긴 루이스 스트라우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역)의 다소 악의적 계획으로 인해 결국 소련의 스파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게 된다. 이 오명은 2022년에야 벗어진다.
영화에서 폭탄 테스트를 하는 장면은 흡인력이 어마어마 하다.
시각적 효과, 그리고 선택적인 소리의 사용, 킬리언 머피의 연기 이 트리니티....
이영화에는 킬리언 머피 말고도 굉장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과연 놀란의 영화..
플로렌스 퓨, 에밀리 블런트, 멧데이먼, 데인드한, 로다주, 케이시 플렉, 케네스 브레너, 개리올드만, 조쉬하트넷, 라미말렉 ...
한명만 나와도 엄청날 배우들의 총집합.. 루머로는 자신의 역할과 분량을 모르고 사인한다던데 그게 정말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플로렌스 퓨의 진 텟락연기는 강렬했고, 예민할 듯 터질 것 같지만 결국 그의 동반자로써 강한 지지를 보여주는 에밀리 블런트의 케티 오펜하이머도 대단했다. 영화를 보며 나는 이 배우들이 출연한 유명한 전작의 역할을 못 벗겨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 말은 그들의 연기가 그 영화에서 정말 좋았다는 반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카운트 다운 하는 그 신을 다시 생각만 해도 내 심장이 같이 멎는 것 같고, 영화는 그 순간 나를 끌어들어와 그 밝은 빛과 침묵속에 많은 물음을 남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과 그 많은 사상자 (조선인들도 있다) 를 뒤로 하고 광복을 맞는 한국의 국민으로 사실은 환호하며 기뻐하는 사람들 같아야 했지만, 차마 그가 발명해낸 죽음 앞에 기쁠 수만은 없었다.
오펜하이머는 그 생 자체로 너무 많은것을 겪었던 사람이고, 그러기에 그의 인생을 영화화한 놀란의 선택은 역시는 역시다 싶다. 독일어로 봐서 아쉬운 부분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다시 영화관에 가서 볼 예정이다. 지금의 감상은 이걸로 끝.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