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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e sind ja eine wirklich nette Dame.
    신변잡기 2022. 3. 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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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대선이 있었고, 나는 아침부터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을 보고 있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은 나의 우울을, 불안을 트리거하기 때문에 뭔지도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고,
    앞으로 아무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샤워도 하고 책도 읽어봤지만 계속 나빠지는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걷고,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둘러 산책로를 지나다 작은 명이나물들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빛이 잘 비치는 곳엔 조금 더 키가 큰 명이나물들이 있었다.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작년에 여기서 명이나물을 뜯었었는데.

    그리고 계속해서 걷는데 놀이터가 보였다. 그네를 좋아해서 텅 비어 외로워 보이는 놀이터로 들어가서
    타기 시작 했다. 세게 발을 저었다. 속도 때문에 둘러뒀던 머플러가 오른쪽 어깨 뒤로 넘어갔다. 어깨에 맨 가방도
    덜컹덜컹. 앞집에 남색 우주복을 입은 꼬마가 나를 넋 놓고 쳐다봤다. 휘날리는 머리와 함께 신나게 타는 중 옆에서
    쫑알쫑알 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더니 첨 보는 어린이가 옆에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기도 했고,
    그네의 속도 때문에도 듣기 힘들어서 얼른 그네를 세웠다.

    "뭐라고? 못들었어."
    "타고난 다음에 저 타도 돼요?"
    "아, 응. 타!"
    그러고 멈춘 그네에서 비켜서 줬더니 다시 말했다.
    "아니요, 다 타시면 제가 탈게요"
    "아 응, 너 타도 돼. 나 다 탔어."
    "진짜요?, 고맙습니다."

    그러고 신나게 분홍 원피스를 날리며 힘차게 발을 저어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또 말했다.
    "Sie sind ja eine wirklich nette Dame"
    (선생님, 굉장히 친절하시네요)
    Dame와 Sie의 조합으로 사실 독일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존대의 표현이었다.....
    사실 이거 어른(노인) 들에게 자주 쓰는 표현인데.....

    내가 이 어린이의 눈엔 틀림없이 어른이라니 너무 웃겼다.
    이 어른은 자신의 우울을 어찌할지 몰라 당황해 밖을 걸었을 뿐인데, 나의 기분이 완전히 다른
    장으로 접어든 듯 좋아졌다. 분홍색 소매 없는 원피스를 입은 어린이와의 대화가 나에겐 여름 같았다.
    나에게도 즐거울 수 있는 여름이 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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