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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수영을 배울 생각은 못 했다. 일단 번거롭고 수영복이 불편하고 락스 냄새도 별로고 도대체 왜 하는 걸까...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수영을 배우다니.. 독일에서...
선생님이 못알아듣는 단어 계속 말하면 어떡하지.. 나 물 엄청 먹는 거 아닌가.... 옷은 어떻게 갈아입고.. 아 수모도 필요하나..? 수경은? 온갖 질문이 머리를 스치우나 나는 다짐했지. 자...나는 190의 장신 백인남성 슈나이더 씨다... 이러면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다.. 얘들처럼 아~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챙겨 올게요 하면 될 테니까.실내 수영장에서 입는 수영복을 주문했다. 수영장에 도착하니 반기는 락스냄새... 사물함을 잠그려면 1유로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근데 뭐 몇명있지도 않으니 내 거 훔쳐가겠어 하고 생각하곤 대충 닫아놓고 샤워 후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이름을 묻고는 아이패드로 뭔갈 체크했다. 매우 친절한 C 선생님. 밖에서 어쩔 줄 몰라하니 물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든 뭐든 하라 하셨다. 아직 그전 수업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이 보였지만 딱히 영법을 가르치는 것 같진 않았다. 수영용 누들을 끼거나 킥판을 들고 킥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은 32도로 매우 미지근했다. 전혀 거부감이 없는 온도에 서면 적당하게 어깨가 나올 정도의 깊이였다.
선생님은 친절하게 호흡부터 설명 해 주셨다. 당연히 유튜브도 그 무엇도 들여다볼 생각을 못한 나는 처음 들어보는 코로 내쉬고 입으로 들이마신다를 배웠다. 처음부터 킥판을 주시진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개헤엄이라도 할 줄 안다는 걸 보시곤 풀부이를 주셨다. 그리고 자유형을 배우고 싶어서 왔으니 자유형의 기초부터 알려줬다. 풀부이를 잡고 킥을 하며 손을 번갈아 움직이고 숨이 차면 올라와서 숨을 쉬라는 선생님. 곧잘 따라 하니 이제 풀부이 없이 해보라셨다. 못 할 것 같다 했더니 해 보고 못하면 다시 풀부이를 잡으라시길래 했더니 어라? 되길래 연습의 연습을 거듭해서 자유형 비슷한 나살려 형이 완성이 되었다. 아직 물과 친하지 않다 보니 고개를 엄청 많이 들었고 호흡은 안정적이지 않았으며 귀로는 물이 계속 들어갔다. 한 달에 4-5번의 수업을 마치니 자유형을 빙자한 나 살려 형을 구사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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