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오

18살의 알렉스는 오토바이 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하지만 자기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면서 곁에 있던 쌍둥이인 마커스만은 기억한다.

알렉스는 자기 방과 화장실부터 시작해서 자전거까지 모두 마커스의 설명으로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갔고,
심지어 여자 친구와 친구관계 심지어 부모님과의 유년시절 이야기도 마커스의 설명이 없이는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여기서부터는 스포, 꼭 시청해 보시고 읽으시길)
약간의 의문은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용서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물론 당신을 용서한다는 알렉스의 반응과는 달리 마커스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고, 그 후 어머니의 죽음을 지날 때도 알렉스는 한참을 울고 슬퍼한 반면 마커스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나는 집 열쇠가 없는 형제가 정원에서 살고 집의 어떤 곳은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는 것부터 너무 의심스러웠고, 사실을 알고 싶었는데 알렉스는 정말 아무 의심도 없었을까.... 그렇게 마커스만을 믿었을까 그 어떤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집 열쇠조차 없이 정원에서 지내던 마커스와 알렉스는 집 정리를 하기 시작하고, 집안 곳곳에서 돈을 발견한다. 그리고 성인 용품들. 방안 가득 빽빽한 옷 사이 비밀 같은 방 안에 형제의 얼굴은 잘린 기묘한 나체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알렉스는 지난 완전한 믿음에 대해 의심을 가지게 되고 묻는다. 우리 성적으로 학대당했냐고. 마커스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냥 그렇다고 어떠한 디테일도 주지 않은 채. 그 후로 알렉스는 계속 물어보지만 마커스에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20년 동안 하지 않은 답을 이 짧은 필름에서 보여준다.

엄마는 둘을 성적으로 학대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에게 보냈다고 한다. 14살의 마커스가 어떤 저명한 화가에게 보내졌을 때, 싫다고 표현한 후 필사적으로 도망쳐 집에 온 이후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알렉스에게도.

알렉스는 마커스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환상에서 18살 때 사고가 난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신 32살 때까지 14년을 살았고, 마커스는 자신이 기억하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알렉스에게 전하지 않고 새로운 유년시절과 부모를 만들어 내서 전하며 잊고자 했고 그렇게 잊은 듯 살았다고 했다. 사고로 기억을 잃어 자신이 사랑하고 전적으로 믿는 마커스의 입을 통해서만 자신의 지난날을 상상할 수 있는 알렉스는 이 일로 자신의 전체가 흔들린 듯 자신을 찾을 수 없어 힘들었겠지만 나는 마커스의 고통에 더 함께 아파했다.

똑같은 잔인한 상황 속에 있었다가 한 순간 그 기억을 모두 잊은 채로 내 설명에만 의지해 텅 빈 종이에 그림을 그려야 하는 형제를 보는데 누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나도쓰기 싫은 못난 색의 물감이나 더럽혀진 붓을 쥐어주고 싶을까. 그 붓을 쥐어 건네주면 내 손도 더러워지는데. 이미 기억을 잃은 자신의 상황을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당장 우린 성적으로 학대당했으며 어떠어떠한 사실이 있었다고 누가 감히 이야기해 줄 수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 언젠가 갑자기 사실 우리 성적으로 학대당했다며 자신의 아픈 기억까지 떠올려가며 사랑하는 형제의 일상을 허물지도 모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혹은 그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그 판단은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해도 이 모든 일을 겪은 마커스도 어렸고, 피해자인 마커스는 이제 기억을 잃은 형제까지 어쩌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마커스가 중간에 했던 말이 마음을 내려앉게 했는데,

Children accept it. 아이들은 그러잖아요.
Children will accept anything because they love their parents. 아이들은 모든 걸 받아들이죠, 그들의 부모를 사랑하니까.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한 부모는 용서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내 마음이 허락한다면 그대로 덮어두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내 안에서 그때의 그들에 관한 챕터는 끝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