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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님의 말, 예술 추잡하게 하세요.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예술만 남지 않도록.
이 말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른다. 할 수 없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에 부쳐서 못할 것 같은데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갖는 희망 같은 것이 얼마나 소중하면서도 한편으론 희망을 갖는 자신을 믿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 지금의 나에겐 아주 힘든 일이다. 어제의 공연이 끝나고 허무의 감정이 계절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침에 하고 온 수영은 소용이 없는지 짜증과 우울이 밀려와 집을 나섰다. 비가오는 늘 그런 함부르크의 날. 뛰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냥 나갔는데, 차라리 가볍게 입고 나와서 뛸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은 컴컴하고 축축했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공연 후에 "어땠어?"라고 물어보는데 바로 얘기할 수 없는 내 감정. 그냥 좋아라고 하면 될걸, 좋은가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도대체 난 무엇을 찾고 있고 무엇이 좋은 거고 난 뭘 위해서 살고 있나 온 머리가 엉킨 실타래 (차라리 엉킨 실타래는 내가 기가 막히게 푼다. 바느질용 아니라 뜨개용이라면 ㅋㅋㅋㅋ)가 되어버리고 한바탕 엉엉 울었다. 사는 것이 고루하고 또 내일이 오는 것이 지겨워서. 그러다가 보고 싶은 어두워진 작은 호수를 보고 계속 걸었다. 걷다가 여자친구를 웃게 하려고 뛰는 모양을 이상하게 하는 남자친구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또 걷다 보니 괜히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우, 힘들어.
그리고 집에 천천히 돌아왔다. 오늘은 모르겠다. 내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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