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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의 첫째날
    신변잡기/독일생활 2025. 2. 1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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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뻐하면 늘 웃음뒤에 슬픔이 온다거나 하던 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불안하다. 
    어렸을 때부터 "감정은 표현하는 것이다. 약한 모습, 기쁜 모습,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그래도 다 괜찮다"는 말을 들은 적이없다. 모든 것은 나아질 수 있는 미완성의 단계라는 훈육 아래에 자랐다. 

    아빠의 이 새옹지마 교훈은 스물 여덟살에 내가 들었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사의 길흉화복은 미취학 아동에게 너무 어렵고 굉장히 불안하고 불편한 사실이었으니까. 아이는 지금 행복해서 웃고 싶었다. 어쩌면 이런 훈육만 기억에 남는 타고난 내 기질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사실 길흉화복은 서른이 꽤 넘은 지금에도 이해하기 싫은 맞말이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적어도 글을 쓰는 순간은 행복하다. 가끔 아버지의 말대로 이 행복이 행복하다 말하면 깨질까봐 겁도 난다. 이 작은 것이 행복이 아니고 이 순간을 잡지 못한다면 나는 영원히 외롭고 나쁜 기억에 파묻힌 불행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다. 

    설날이라 한국음식 해 준다고 오래 수퍼마켓을 이리저리 헤맨 인생의 파트너의 존재가 앞으로도 행복할 거란 예언인 듯 믿고만 싶다. 그걸 믿어야 살 것 같다. 나는 행복하게 오늘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제일 왼쪽이 나. 그 옆의 언니들은 잘 지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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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IE 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