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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istand 조력, 근처에 서다
    신변잡기 2022. 1.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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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가는 날은 무조건 장날이다. 팀플 하는 날이라 다들 이것저것 싸 들고 만나자 해서 아침부터 쿠키를 굽고, 
    테스트도 해야 해서 테스트도 하고.

    종이를 놓아라,

    밑에 작게 보이는 건 코만 내놓으시오 (검사하기 쉽게)

    여기 pcr 이 69 유론데 괜히 한국 갈 때 모르고 시내까지 가서 89유로 주고 했네... 바보..

    그리고 왠지 허술해 보이는... 


    사실 저 안내판은 반대편에서 오는 지하철을 탈 때 거기에 반(지하철)이 안 온다는 건데, 
    나는 럭키걸. 딱 도착하기 바로 전 역에서 연기가 나서 그쪽도 봉쇄했다고 방송이 나왔고, 난 내렸다.
    버스를 탔지. 

    도착했고, 우리는 눈을 감고 나만의 나무를 그리는 명상 연습을 했다. 
    스트레스 다루기, 마음 챙기는 연습 

    그리고 그 나무를 종이에 옮겨 그렸다. 

    그리고 나무를 그릴 때의 나의 기분 나무의 냄새 색깔 크기 등등 돌아가며 자기 나무를 보여주고, 나무와 얽힌 내 이야기를 조금씩 했다. 
    빠질 수 없는 코로나 테마, 연결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황 그것 때문에 일어나는 오해 등등...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요 근래 있었던 불쾌한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설명하자면, 마스크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마트에서 장을 다 본 뒤 계산을 하는데 갑자기 나보고 나가라 했다..... 그 마스크는 안된데....
    내 마스크가 특이하게 생겼지만, 의료용으로 인증된 마스크였고, 그게 모두 써져있었고, 도장까지 찍혀 있는데 직원은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완전 무시. 그래서 고객센터에 가서 나는 적합한 마스크를 쓰고 왔음에도 전혀 보려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 직원과 내 마스크의 적합성 내 주장의 타당성 등등 을 얘기했지만 결국엔 언쟁이 됐고, 마무리되는 찰나에 여자 직원이 지나가던 남자 직원을 불러 나에게 손가락질 (계속해 왔음) 하며 저 마스크가 뭘로 보여? Stoff! (뭐 의료용이 아니라 그냥 플라스틱 마스크만 된다고 써두지 그럼.... ) 이러면서 다시 한번 언쟁을 점화하려는 것... 

    남직원은 나에게 권위적으로 폭력적으로 소리를 질렀고, 나는 질 수 없어 같이 소리를 질렀다. 한바탕 미친순간이 지나갔다. 

    어쩐지 서운하고 외롭고 부당하게 내가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를 잘 살펴보면 이랬다. 
    그들은 내 마스크의 적합성과 주장에는 관심이 없었고 나는 그들에게 나를 증명하고 입증 해 보이려고 했다. 마지막 순간에 전혀 관계없던 남자 직원이 나에게 폭력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순간 나는 아마도 옆에 있던 남자 친구에게 도움을 바랬고. 그래서 나는 더욱 외로웠고. 나에게 큰 의미인 사람이 보여주지 않는 인정과 지지에 속상했다. 어릴 때 받아야만 했던 인정과 나의 위치를 입증해 보이는 것 그래야만 했던 부모님과의 관계에 놓인 내가 한심해지면서 그 모든 것이 트리거가 돼서 나를 울렸다. 정말 오래 울어야만 했다고.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담담하게 전했다.

    친구들은 같이 화내주고, 내 입장에서 생각해 줬다. 내 입장에서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고, 그들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져줬다.

    다음 그림을 그린 친구가 울면서 똑같은 관계는 물론 아닐테지만, 어릴 때의 자신의 생각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게 자기를 너무 괴롭히는데 나의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웠고,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고 나도 그것 때문에 여태까지 힘들다며 자신의 얘기도 나눠줬다. 

    우리는 같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들의 말이 모두 내 마음과 같지 않아도 내 입장에서 고민 해 보려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고, 심지어 내 마음과 그들의 바보 성(ㅋㅋ)에 대해 열을 올려가며 얘기했고 나는 모순적이게도 그 순간에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 그러면서 나서지 못했던 남자친구를 (그 후에 한번 얘기 하면서 나에게 사과하고 자기가 상황을 잘 못 파악 했다고 했지만) 좀 더 잘 이해하기도 했고. 

    한 친구가 너는 Beistand 가 필요했던거구나. 라고 얘기해주는데 한국말로는 조력, 조력자 이긴 하지만 바이슈탄드에 bei는 누군가의 근처에 가까이에 라는 뜻이고 Stand는 서다 라는 뜻이다. 근처에 서 있는 것. 그게 필요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전부가 이해받아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웃기지만 마음이 놓였다.

    이런 순간이 포개지면 나는 언젠가 여기를 떠날 수 없는 사람이 돼 있을까? 

    싸들고 온 각기 다른 먹을거리 처럼 다른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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