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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독일 응급실 (2/2)신변잡기/독일생활 2023. 8. 20. 11:07반응형
의사는 여기로 오라며 침대에 매우 큰 기저귀 같은 것을 깔았다. 위생상 환자마다 바꾸나 보다. 그리고 이리저리 물어봤다. 어떻게 일어난 일이냐. 다시 약과 병력에 대해 물어봤고 나는 다시 대답했다. 손가락을 눌러보기도 했고, 그리곤 아무것도 안 해준채 어떻게 처치를 해야 할지 동료들과 의논하고 온데… 난 계속 젖은 티타월로 손가락의 열기를 빼려고 했다. 그 메타미쫄을 마신 뒤로는 아주 아프진 않았다. 의사에게 보여줄 때는 물에 손이 불어서 어디가 환부인지 보이지도 않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내가 병원의 사진과 보고서의 사진을 찍고 거울도 보고 이리저리 돌아볼 때까지 의사는 오지 않았다.
한참 있다가 나를 보곤 처치실로 들어왔다. 사실 나는 나가려고도 해 봤는데 저문 안 열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나는 열 수 없었다.
여하튼 와서 의사는 우리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데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을 위한 병원이 이도시에 있어서 너를 거기에 보내려고 연락을 했고, 기다리는 중이다.라는 것이다.
하 후회가 막심하다. 굳이 미친것도 아니고 그 프라이팬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기름을 넣고 흔들어 댔을까. 그 아차 하는 그 순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온갖 생각을 하지만 그것이 나의 화상을 나아지게 만들 순 없지 ^^*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한 두어 시간을 기다렸을까? 처음에 윙크를 찡긋거리던 댄디 의사 말고 다른 분이 들어왔다. 붕대와 연고를 들고. 연고를 죽 짜더니 화상의 모든 부분을 덮고 온몸에 칠갑을 해도 남을 정도로 많은 연고를 손에 발라주셨다. 그리고는 복서 글러브를 만들어 주셨다. 손가락 따로 해주면 안 되냐니 안된단다. 내가 우기지 않았으면 엄지도 거기다가 넣을 심산이었다.
처치가 완료되고도 한참 기다렸다가 답을 들었는데 그냥 집으로 가라는 것이다. 음. 근데 연고 바를 때만 해도 거기 더 잘 알고, 좋은 연고 같은 거도 많을 거라며 …. 어디까지 믿어야 되니.
10개 들어있는 메타미쫄 알약과 의사 진단서를 손에 쥐어주고 가라길래 졸라서 연고를 기어이 받아 다시 차에 탔다. 왠열… 차에 타니 조금은 따뜻해진 환경 때문인지 상처가 미친 듯이 쓰라렸다. 욱신욱신. 병원에서 보다 더 심해진 통증에 놀란 나는 차를 돌려 추천받은 심한 상처, 손가락 화상 전문 병원으로 가자 했다.
도착한 병원은 국군병원보다 오래된 느낌이었다. 접수하기까지도 꽤 오래 걸리고 뭐 놀랍지도 않지만 굉장히 불친절했다. 보고서를 읽더니 아니,
“왜 다시 병원에 왔냐 우리가 치료할 게 없다”기에.
“아 통증이 심해서요 보고서에도 적혀있잖아요 언제든 심해지면 오라고. “ 접수하고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 진찰을 받으러 갔다. 아무래도 내 통증 얘기가 먹힌 것일지도 몰라.
여자 의사분이셨는데, 다시 상황을 물어보셨다. 그리곤 가위로 나의 권투글러브를 자르는데 남자 의사분도 들어왔다. 두 분 다 손가락 전문 외과의사였다. 그리곤 둘이서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야 이거 봐 바. 이거 국군병원에서 한 거. “ (내 생각에는 이화상이 별거 아니다와 국군병원의 처치가 어이없다 둘이 섞인 것 같았다.) 그리고 연고를 모두 닦았다. 내가 윽 이런 소리를 내니까
”아픈 건 좋은 거예요. 3도 아니고 신경이 있다는 거니까. 아 뭐 당연 아픈 건 너무 싫지만 어쩌겠어요. 그게 화상인걸 “
님 T죠…. 진짜 10T….. 근데 티 아니고 의사 할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
야 건식 할까 습식 할까 난 건식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러니 남자의사도 응 나도 건식 할 것 같아. 근데 국군병원 의사 사인은 되게 신기하네 (그것도 나랑 감자랑 기다리면서 했던 얘기긴 하다) 어쩌고저쩌고 아주 재미있으셔? 연고를 식염수까지 뿌려 깨끗이 닦은 환부를 그 대 로 다시 드레싱 해 주셨다. 사실 화상은 2일 정도까지 딱히 화상 연고를 바르거나 하지 않는걸 추천하기도 한단다. 이유는 아직 있을지도 모르는 화기를 가둬둬서 상처의 악화를 막기 위해.진짜 영롱하게 드레싱 해 주셨다는 생각만 했다. 검지와 약지에 거즈를 덧댄 거지 1 붕대로 저 작품을 만드셨다는 것에 찬사… 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진단서를 받고 집으로 향했다. 화상은 당장에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없는 거라 내일 병원 가서 드레싱 바꾸라는 얘기를 듣고. 내일 토요일인디요..? 하니, 또다시 응급병원을 가란다. 그래도 된다고. 응급실 보다 좀 덜 중한 곳. 그리고 나의 여행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내가 갈 수 있을까? 하니 뭐 매일 드레싱 바꿀 수 있게 플랜 짜면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대답을 들었다.또 병원을 가는 것은 상처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약간의 혐짤일 수도 있으니 싫으시면 흐린 눈~색깔이 좀 이상하고 부종이 있긴 하지만, 찾아본 결과 3도는 전혀 아니고, 물집이 없어서 2도라 하기도 애매해 그냥 병원은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한몇 시간 있다가 드레싱 바꾼다고 환부 보니 물집이 잡혔더라)
그리하여 오래전부터 계획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짐을 쌌다. 새로 산 거즈와 밴드를 가득 채운 가방을 메고 나는 독일의 아래로. 남부로 향한다. 😎드레싱을 바꿀 수 있다면, 의사를 보러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주치의가 없는 곳에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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