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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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23신변잡기 2023. 3. 5. 08:15
벌써 5년이라고…? 너무 오래잖아 .. 아직 내 독일어는 모국어 화자같지 않고 (절대 그럴 일 없음) 아무 것도 한것 없고 아직 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 시간이 지나면서 이룬게 많아야만 할 것 같아 마음 급하던 때를 지나 내가 가진 것 그리고 과정을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이구나 하고 깨달아가는 중이다. 그래도 가끔 떠오르는 새벽에 취기가 채 가지 않은 채 건너던 한강, 어느 다리에서 만나는 일출이나 병나발 불던 와인, 처음이던 많은 감정들을 갖고 있는 한국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모든게 시작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 요가 선생님으로 주민등록증 뒷면에 새로 적힌 그 주소에 살고 있을까? 사실 잘 들여다보면 떠나기 전에 정말 힘들었는데 그런건 다 희미해진다. 와 이제 함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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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아프지 말자신변잡기 2023. 3. 2. 04:18
제목이 말이냐, 아픈걸 제 멋대로 할 수 있다면. 거의 3주가 된 무릎이상을 안고 MRI를 찍었음에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해 보지도 못했다. 독일의 의료체계는 이렇다. 주치의 Hausarzt 가 있고, 거기서 문제가 생기면 정형외과를 비롯한 여러 세분되어 있는 병원으로 나를 보내준다. 아무런 외상 없이 사고 없이 갑자기 무릎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이렇게 걱정이 많은 성격에 무릎이 점점 뻣뻣해져 가니 이게 보통일이냐 싶어서 왕진의사를 불렀다. 주말이었고, 걸을 수 없었으며, 집에 사람이 없는 날. 116117이라는 핫라인이 있다. 자살사고를 비롯해서 당장 응급차를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의사를 봐야 할 것 같은 상황. 전화의 전화를 거쳐 그렇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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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심리상담 받기신변잡기 2023. 3. 2. 02:45
내가 받고 있는 심리치료의 종류는 심층 심리학에 기초한 심리치료이다. (Tiefenpsychologisch fundierte Psychotherapie) 초반에 치료사 선생님은 전화에서 들었던 음성과 용건만큼 사무적인 태도였다. 짧은 머리, 큰 키, 치료실에는 칠하지 않은 나무색의 작은 피아노가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오늘의 기분과 짧게 구술했던 내가 왜 심리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재차 물었다. 어떤 날은 학교에서 있었던 차별에 관해 얘기를 했고, 선생님은 자신의 젊은 날을 예로 들었다 „나도 페미니즘 한창 생각할 때는 온 세상이 여성문제로만 보였다“ 라 했고. 나는 또다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 선생이 나를 이해하는지, 지금은 더 이상 여성 문제를 생각하지 않아서 선생님은 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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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면 언제 오나신변잡기 2022. 3. 22. 18:09
주말동안에 세미나가 있었고, 지난 세미나에 대한 이야기와 세미나 동안 겪은 감정과 생각의 과정을 이야기 하기로 했고, 서너번째 줌 미팅을 친구와 시작 했다. "안녕?" "안녕, 좋은아침, 좀 어때?" (Wie geht's) "응, 좋아" 라고 하면 이 친구는 언제나 거짓말 좀 하지마라! 라고 얘기한다. 그도 그럴게 우리는 늘 오르고 내리는 감정속에 살고 있고 대답을 한번에 좋아 라고 내어 놓는다면 뭉뚱그린 대답의 한 구석에는 거짓말이 있을테니까. 난 오늘도 이 친구가 거짓말 하지마라고 할 걸 알았지만, 그래도 좋다고 얘기 했다. 세미나에서 병에서 얘기 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진단하고 도우려는 그 거리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노인과 질환을 얘기 할 때에 환자들과 노인들을타자화 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고, 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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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e sind ja eine wirklich nette Dame.신변잡기 2022. 3. 10. 00:11
오늘은 대선이 있었고, 나는 아침부터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을 보고 있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은 나의 우울을, 불안을 트리거하기 때문에 뭔지도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고, 앞으로 아무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샤워도 하고 책도 읽어봤지만 계속 나빠지는 기분을 달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걷고,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둘러 산책로를 지나다 작은 명이나물들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 빛이 잘 비치는 곳엔 조금 더 키가 큰 명이나물들이 있었다.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작년에 여기서 명이나물을 뜯었었는데. 그리고 계속해서 걷는데 놀이터가 보였다. 그네를 좋아해서 텅 비어 외로워 보이는 놀이터로 들어가서 타기 시작 했다. 세게 발을 저었다. 속도 때문에 둘러뒀던 머플러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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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트윌리신변잡기 2022. 3. 5. 05:59
왜 주말 트윌리냐면 주말에 열심히 하면 한 방에 촥 뜰 수 있어서! 엄청 기본 패턴이지만, 만들어보는김에 도안도 한번 만들어 봤다. 쓴 실은 메리노울이지만, 면사도 가능할 것 같고 리넨 같은 것도 조금 넉넉한 바늘로 뜨면 여름에도 가끔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남은 실 파먹기에 이것만큼 좋은게 없는 듯... 있는 실로 하나 더 떠보려고 한다! 히히. 대바늘 초보자도 거뜬히 뜰 수 있는, 바늘비우기 꼬아뜨기만 할 줄 안다면! 흠, 영어랑 독일어도 도안 만들어서 레이블리에 올려보까..? 다운로드하시면 하트 눌러주시기 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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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동안의 연옥신변잡기 2022. 2. 17. 06:27
지옥이라 하기엔 배울 것이 있던 시간이라 연옥이라 명명했다. "Es ist ja geschmackssache" 생각하기 나름이지, 입 맛 따라 다른 거지 라는 문장으로 조금은 뭉뚱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디테일하게 들어가서 적자니 18시에 끝난 수업의 연장일 것 같아 그냥 마음에 들지않는 방식과 이론을 가르치는 + 뭉근히 관철하는 강사 + 마음에 들지 않는 몇몇의 학생들과 삼일 동안 긴긴 수업을 함께 하느라 내 몸과 마음이 너무 고생했다. 특히 이번 블록에서는 역할극이 많았다. 그룹도 소수인원이였고. 그래서 독일어로 발표하는게 아직은 부담스럽지만 앞으로 해야만 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지옥이라곤 차마 말할 수 없는 연옥을 견디는 상태였던 것 같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수업에서 여러가지 치료 방법에 대해..